이슈피커엔터테인먼트영화"딱 9일 만에 200만 돌파"해 분노와 충격 동시에 터뜨린 한국 영화

“딱 9일 만에 200만 돌파”해 분노와 충격 동시에 터뜨린 한국 영화

용현지 기자 gus88550@issuepicker.com

16일 만에 손익분기점 돌파, 박스오피스 뒤흔든 1997년의 기록

사진= CJ ENM

1997년 대한민국은 유례없는 경제 호황의 단꿈에 젖어 있었다. 그 이면에서는 국가 파산이라는 거대한 파고가 소리 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뼈아픈 기억 중 하나인 IMF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국가 부도까지 남겨진 단 일주일 동안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긴박하게 그려낸다.

1997년, 국가 파산의 위기 속 엇갈린 선택들

영화의 중심축은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분)이다. 그는 모두가 경제 낙관론에 취해 있을 때 홀로 데이터에 근거해 국가 부도 위기를 예견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한다. 실존 인물인 최공필 박사와 전 국정원 경제 담당 실무자들을 모티브로 탄생한 한시현은 합리적인 판단력과 강한 소신을 가진 이상적인 관료의 표상이다. 그는 IMF 구제금융이 결코 최선의 해결책이 아님을 역설하며 위기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더 거대한 시스템과 권력의 벽에 부딪힌다.

사진= CJ ENM

반면 위기의 시그널을 기회로 포착한 인물도 있다. 금융맨 윤정학(유아인 분)은 국가의 파산을 확신하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 뒤 역베팅을 결심한다. 정부의 거짓 발표에도 흔들리지 않고 투자자들을 모아 승부수를 띄운 그는 결국 막대한 부를 거머쥔다. 미래에셋금융그룹 창업자 박현주 회장을 모델로 했다는 설이 있는 캐릭터는 나라가 망해 가는 와중에 이윤을 챙겼다는 씁쓸함과 동시에 냉혹한 현실 감각을 상징하며 20년 후 투자의 귀재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상부 구조와 하부 구조에는 또 다른 인물들이 자리한다. 평범한 중산층이자 그릇공장 사장인 한갑수(허준호 분)는 소박한 행복을 꿈꾸던 당대의 서민을 대변한다. 그는 대형 백화점과의 5억 원 규모 어음 계약을 체결하며 대박을 꿈꾸지만 미도파백화점의 부도와 함께 연쇄적인 위기에 몰린다. 현금 거래만을 고집하던 성실한 가장이 어음이라는 금융 시스템의 덫에 걸려 집과 공장을 잃을 처지에 놓이는 과정은 당시 수많은 가정이 겪었던 비극을 투영한다.

사진= CJ ENM

정부 측 대척점에는 재정국 차관 박대영(조우진 분)이 있다. 그는 한시현과 정면으로 대립하며 IMF 구제금융 도입을 강행하는 인물로 영화의 실질적인 메인 빌런 역할을 수행한다. 가상의 부서인 ‘재정국’ 소속으로 설정됐으나 실제 모델은 강만수 전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알려져 있다. 위기 대응 방식을 두고 시현과 벌이는 날 선 공방은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제작비 70억의 승부수, 300만 관객 사로잡아

‘국가부도의 날’은 주연 배우들의 열연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김혜수의 절제된 카리스마와 유아인의 불안 섞인 야망, 허준호의 처절한 부성애는 관객의 몰입을 도왔다. 특히 빌런 역할을 완벽히 소화한 조우진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또한 90년대 후반의 시대적 분위기와 긴박했던 협상장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며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통렬한 반성을, 젊은 세대에게는 역사적 교훈을 전달한다.

사진= CJ ENM

다만 영화적 구성에 있어서는 다소 도식적이고 스테레오타입의 전개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관객들 사이에서는 “웃고 즐기기보다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과 울분이 느껴지는 영화”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는 영화가 오락성보다는 당시의 부조리한 시스템과 불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을 고발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진= CJ ENM

제작비 70억 원이 투입된 영화는 개봉 초기부터 무서운 기세로 관객을 모았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명, 9일 만에 200만 명을 돌파했으며 개봉 16일째에는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인 260만 명을 가뿐히 넘어섰다.

사진= CJ ENM

영화는 뱅상 카셀이 연기한 IMF 총재의 비밀 입국과 강압적인 협상 과정을 통해 국가 부도라는 거대한 재난 앞에 개인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 그 위기 속에서 각자가 내린 선택이 20년 후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서늘하게 보여준다.

Latest news

Related news

이슈피커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