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200억 과감한 베팅, 490만 관객 동원하며 손익분기점 돌파

2018년 개봉한 윤종빈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영화 ‘공작’은 한국 영화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첩보물이다. 작품은 이른바 ‘흑금성 사건’으로 알려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돼 개봉 당시부터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극의 무게감을 더했으며 제71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공작’은 칸 영화제 상영 당시 14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선보였으나 이후 편집 과정을 거쳐 IMDb 등록 시 141분, 최종 한국 개봉 버전은 137분으로 압축됐다. 이는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런 노력은 수상 결과로 이어졌다. 청룡영화상 감독상, 영평상 감독상,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휩쓸며 2018년 최고의 문제작이자 수작임을 입증했다.
북으로 간 스파이, 암호명 ‘흑금성’의 탄생
영화의 배경은 북한 핵 개발로 한반도의 위기가 극에 달했던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국가안전기획부에 스카우트된 박석영(황정민 분)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을 부여받는다. 그의 임무는 북핵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한 고위층 내부로 잠입하는 것.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 분)과 대통령 외에는 가족조차 그의 정체를 모르는 철저한 고립 속에서 박석영은 대북 사업가로 위장해 베이징 주재 북한 고위 간부 리명운(이성민 분)에게 접근한다.

박석영은 ‘서울무역’이라는 군소 무역업체를 운영하는 평범한 사업가로 완벽히 변신한다. 그는 안기부의 치밀한 술책을 통해 장성택의 조카 장성훈이 중국 공안에 붙잡힌 사건을 기회로 삼아 리명운과의 접촉에 성공한다. 수년에 걸친 공작 끝에 박석영은 리명운과 두터운 신의를 쌓고 마침내 북한 권력층의 깊은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다.

1997년 남한 대선을 직전에 두고 박석영은 예상치 못한 국면에 맞닥뜨린다. 남과 북의 수뇌부 사이에서 오가는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공작을 수행해 왔던 그는 본인이 믿어온 신념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도덕적 갈등에 휩싸인다. 영화는 이를 통해 국가란 무엇이며 개인의 신념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배우들의 열연
주인공 박석영을 연기한 황정민은 실존 인물과 흡사한 외모뿐 아니라 공작원으로서의 냉철함과 인간적인 고뇌를 동시에 표현하며 극을 이끌었다. 이에 맞서는 리명운 역의 이성민은 북한 대외경제위원회 심의처장으로서의 강인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보여줬다. 김일성종합대학 수석 졸업자이자 자본주의 경제학에 능통한 엘리트인 리명운은 박석영으로부터 “내면적으로 강인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보위성 요원 정무택(주지훈 분)의 서슬 퍼런 기세도 말 한마디로 제압하는 카리스마를 지녔다.

특히 박석영과 리명운이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됐을 때 리명운이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새겨진 넥타이핀을 선물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적대적인 체제 속에서도 피어난 두 남자의 기묘한 우정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 외에도 안기부의 최학성 역을 맡은 조진웅과 박성웅 등 조연진의 탄탄한 연기는 극의 완성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총격전 없는 첩보물, 흥행과 비평 동시에 잡다
‘공작’의 가장 큰 성취는 화려한 액션이나 총격전 없이도 숨 막히는 긴장감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세밀한 연출과 각본, 디테일한 배경 묘사는 90년대 당시의 공기를 그대로 재현해 냈다. 이전까지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정통 ‘콜드 워(Cold War)’ 스타일의 첩보물을 한국 현대사에 자연스럽게 녹여 냈다는 점이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순 제작비 165억 원에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총 제작비는 약 200억 원에 달했다. 감독이 밝힌 국내 손익분기점은 약 470만 명(매출액 기준 400억 원)이었다. ‘공작’은 최종 관객 수 490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 작품성과 상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공작’은 네이버 기준 평점 10점 만점에 7.86점을 기록했다. 영화를 감상한 관람객들은 ” 배우들이 명품 연기에 영화 보는 내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구강 액션에서 오는 긴장감은 소름이 돋을 정도!!!공작은 꼭 봐야 하는 영화이다”, ” 좌파다 우파다 평점을 작성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영화를 봐선 안 됨 흑금성이란 공작원이 있었고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일한 흑금성이란 사람이 있었고 나라는 그 사람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사실임”, “분명 이 영화 보고 불편해하는 사람 있을 것이다..별점 10점 또는 1점으로 갈릴 수밖에 없는 영화” 등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