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막 내린 실사판 ‘인어공주’, 디즈니에 남긴 2000억 원의 숙제

2023년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며 개봉했던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는 1989년작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야심 차게 출발했다. 아틀란티카 바다의 왕 트라이튼의 막내딸 에리얼이 인간 세상을 동경하며 겪는 모험과 사랑을 그린 영화는 익숙한 서사에 현대적인 영상미를 더해 관객들을 바닷속 세계로 초대했지만 화려한 영상 효과와 거대한 자본 투여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남긴 흔적은 찬사보다는 논란과 뼈아픈 경영 수치로 남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원작을 충실히 따른다. 바다 위 세상에 대한 깊은 호기심을 품고 살던 에리얼은 난파선에서 인간들의 물건을 수집하며 모험을 꿈꾼다. 어느 날 폭풍우 속에서 가라앉는 배에 탄 인간 에릭 왕자를 구해준 에리얼은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바다 마녀 울슐라와 위험한 거래를 맺는다.

사흘 안에 진정한 사랑의 입맞춤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목소리를 내주고 다리를 얻은 에리얼의 여정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 펼쳐지지만 바다를 벗어나 인간 세상으로 향한 에리얼의 선택은 아틀란티카 왕국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며 갈등을 고조시킨다.
평단의 냉혹한 온도 차와 ‘토마토 인증’ 실패
작품성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냉담했다. 로튼 토마토 지수는 전체 평론가(All Critics) 기준 66%로 준수한 수준을 유지하는 듯 보였으나 공신력 있는 상위권 평론가(Top Critics) 평점 기준으로는 호평 28대 혹평 32를 기록하며 끝내 ‘토마토 인증’ 획득에 실패했다. 특히 유럽권 평단에서는 동시기 개봉했던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보다도 낮은 평점을 부여하는 등 비판적인 견해가 주를 이뤘다.

호평을 남긴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디즈니 르네상스의 정점으로 불리는 원작의 성취에는 결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공통으로 제기됐다. 전반적인 평점 수치는 앞서 공개됐던 ‘피터 팬 & 웬디’나 ‘라이온 킹’ 등 최근 디즈니 실사화 작품들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원작을 사랑했던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개봉 전부터 불거진 정치적 관점의 논쟁은 실제 평가 시스템에도 여파를 남겼다. 개봉 직후 커뮤니티에서는 평점이 1점과 5점으로 극명하게 나뉘는 양상을 보였으며 이는 객관적인 리뷰로서의 기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실질적인 평균치가 잡혔으나 그 수치 역시 디즈니의 목표치에는 한참 못 미쳤다.

비영미권 국가들의 반응은 더 싸늘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10점 만점에 5점대를 기록했으며 특히 프랑스 관객들은 5점 만점에 1점대의 점수를 부여하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디즈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일본 시장에서도 별점 2.3점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2000억 손실과 디즈니 후폭풍
결과적으로 영화 ‘인어공주’는 극장 수입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손해액만 약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대작의 부진은 디즈니 내부 경영에도 거센 풍랑을 일으켰다. 해당 사업을 주도했던 고위 임원이 사임하는 등 인사상의 조치가 뒤따랐으며 미국 현지 언론은 이번 사태가 디즈니의 향후 실사화 계획과 행보에 상당한 파장을 남길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