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상반기 한국 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봉준호 감독의 복귀작 ‘미키 17’은 약 300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고 1월 개봉한 ‘히트맨 2’도 254만 명 선에서 멈췄다. 아직까지도 500만 명을 넘긴 작품이 한 편도 없다. 관객 수 기준만 놓고 봐도 지난해에 비해 격차가 뚜렷하다. 2024년엔 ‘파묘’와 ‘범죄도시 4’가 각각 천만을 넘기며 극장가를 이끌었고 ‘베테랑 2’와 ‘파일럿’도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는 이렇다 할 대표작조차 없는 상태다.
상반기를 마무리한 한국 영화계는 하반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특히 7월과 8월 개봉을 앞둔 신작 3편이 그 중심에 섰다. 탄탄한 팬층, 검증된 제작진, 글로벌 진출 가능성까지 내세우며 관객의 발길을 다시 붙잡으려 한다.
1. 초대형 판타지, ‘전지적 독자 시점’
오는 23일 개봉하는 ‘전지적 독자 시점’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장기간 연재된 웹 소설 속 내용이 현실이 되며 펼쳐지는 세계 멸망과 생존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김독자는 유일한 독자로서 이야기의 흐름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극 중 유중혁, 동료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한 여정에 돌입한다.

작품은 새로운 세계관과 화려한 액션 시퀀스로 관심을 모은다. CG 비중이 높은 대형 스케일, 만화적 상상력을 녹여낸 전개가 관객의 시선을 끈다. 개봉에 앞서 진행되는 무대인사 일정도 빼곡하다.
개봉일인 23일부터 서울과 경기 지역 극장을 순회하며 배우들이 관객과 직접 만난다.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권은성, 김병우 감독이 무대에 선다. CGV 용산아이파크몰을 시작으로 메가박스 코엑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등 주요 극장을 돌며 팬들과 호흡한다. 주말에는 박호산이 합류해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오는 26일과 27일에는 판교, 김포공항, 상암, 영등포 등 수도권 전역에서 관객과 소통한다.
주연 배우들의 팬층이 두터운 만큼 개봉 초반 흥행세가 주목된다. 특히 웹툰 팬층의 충성도가 높은 장르라는 점에서 성적 향배에 눈길이 쏠린다.
2. 조정석의 검증된 코믹 연기, ‘좀비딸’
오는 30일 개봉하는 ‘좀비딸’ 역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특히 독특한 소재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마지막 남은 좀비가 돼버린 딸과 이를 지키려는 아빠의 이야기다. 전투 훈련에 돌입한 아버지와 기상천외한 가족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출연 배우들이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높은 점도 관객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개봉 이후, 8월에는 대만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등 총 22개국에서 순차 개봉한다. 해외 배급사는 캐릭터의 케미와 초반 몰입도, 후반부 감성적 전개에 주목했다. 특히 언어 장벽을 넘을 수 있는 코믹 요소와 감동적 이야기 구조가 글로벌 관객에게도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연진 라인업도 탄탄하다. 배우 조정석, 이정은, 조여정, 윤경호, 최유리가 출연한다. 조정석은 ‘엑시트’, ‘파일럿’에서 이미 여름 극장가 흥행을 이끈 바 있다. 가족을 지켜야 하는 아버지라는 설정이 코믹과 감동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보여줄지 관건이다.
3. ‘엑시트’ 흥행 주역들의 재결합, ‘악마가 이사왔다’
8월 개봉 예정인 ‘악마가 이사왔다’는 독특한 설정의 코미디다. 새벽마다 악마로 변하는 선지를 감시하는 아르바이트생 길구의 이야기를 그린다. 평범한 청년이 겪는 초자연적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엑시트’로 흥행에 성공한 이상근 감독과 배우 임윤아가 다시 뭉친 작품이다.

이 감독은 ‘엑시트’로 942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그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검증된 연출력에 신선한 설정이 더해졌다. 임윤아 역시 전작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모가디슈’, ‘밀수’, ‘베테랑2’ 등을 제작한 외유내강이 다시 나섰다. 여름 극장가를 겨냥한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하반기 흥행 성패는 관객의 선택에 달려 있다. 각 작품은 팬층이 확고하거나 검증된 흥행 요소를 갖췄지만 상반기처럼 시장 전체가 침체된 분위기라면 단발성 흥행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입소문을 타고 관객이 다시 극장으로 돌아올 경우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세 작품 모두 소재와 장르가 확실하고 해외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전개 속도, 캐릭터 매력, 비주얼 완성도, 배우 조합 등 관객들이 중요하게 보는 요소들을 결합한 기획도 돋보인다. 올여름, 한국 영화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