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가 지난 16일 국내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순조로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킹 오브 킹스’는 개봉 첫 주말을 앞두고 전체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예매 관객은 9만 8525명으로 전날보다 상승하며 현재까지도 꾸준히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희망, ‘킹 오브 킹스’
‘킹 오브 킹스’는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막내아들 월터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따라가는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디킨스의 저서 ‘우리 주님의 생애’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시나리오와 연출은 장성호 감독이 맡았다. 장 감독이 설립한 모팩스튜디오가 CG와 제작 전반을 이끌었고 미국 제작사의 간섭 없이 국내 자본으로 만들어졌다.

애니메이션 장르와 성경 이야기라는 두 요소가 만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장 감독은 원래 VFX 전문가다. 실사 영화 특수효과 작업으로 경력을 쌓아왔고 수많은 작품의 시나리오와 편집에도 참여했다.
그는 시나리오에 대한 감각을 스스로 익히며 애니메이션 기획을 구체화했다. 제작 초기에는 신뢰를 얻기 어려웠다. 실사 위주의 경력을 가진 감독이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선도 많았다. 제작비를 구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장 감독은 “무작정 하고 싶어서 만든 건 아니다. 오래 준비했고, 미국 기독교 콘텐츠 시장을 살펴보며 수익에 대한 확신도 있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복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중심에 있다.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라고 설명했다.
더빙에는 한국과 미국 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다. 오스카 수상 경력을 지닌 케네스 브래너, 오스카 아이삭, 우마 서먼 등이 목소리를 맡았다. 이병헌도 참여했다.
해외 배우 캐스팅은 디즈니에서 16년간 캐스팅 디렉터로 일한 제이미 토머슨과의 협업이 큰 역할을 했다. 장 감독은 “케네스가 ‘내가 직접 써도 이렇게 쓰기 어렵다’고 말한 대사들이 있었다고 들었다. 제이미가 이 말을 추천사처럼 활용해 배우들과의 접촉이 훨씬 쉬워졌다”고 전했다.
이병헌은 불교 신자지만 영화에 참여한 이유로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을 들었다. 부자 관계 회복이라는 소재가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전해졌다.
10년 가까운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된 ‘킹 오브 킹스’는 대중성 확보를 위한 각본, 연출, 성우 캐스팅에 이르기까지 전략적인 기획이 뒷받침되며 흥행에 성공했다.
장 감독은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명확히 구분 짓지는 않는다. 다만 이번 작품을 통해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글로벌 관객을 상대로 작품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킹 오브 킹스’의 북미와 국내 흥행 추이는 향후 애니메이션 제작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기생충도 뛰어넘었다… 북미서 이례적인 흥행 기록
‘킹 오브 킹스’는 시네마스코어에서 A+ 등급을 받았다. 1979년 해당 평가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A+ 등급을 받은 영화는 단 128편뿐이다. 또 로튼토마토 관객 지수는 97%를 기록하며 관객 만족도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흥행 면에서도 두드러졌다. 2014년 개봉한 ‘넛잡: 땅콩 도둑들’에 이어 역대 북미 개봉 한국영화 가운데 박스오피스 성적으로 2위에 올랐다. 개봉 초반 오프닝 성적과 누적 수익에서는 ‘넛잡’에 미치지 못했지만 한국 영화가 북미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진입한 건 2019년 ‘기생충’ 이후 처음이다.
제작사 모팩스튜디오에 따르면 ‘킹 오브 킹스’의 전날 북미 박스오피스 누적 매출이 영화 ‘기생충’의 최종 매출를 뛰어넘었다.
흥행뿐 아니라 작품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저연령층 관객도 이해하기 쉽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섬세하게 구성했다는 평이 많다. 예수의 신성과 인성을 균형 있게 표현했고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뇌와 사랑, 공의까지 담아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리라’는 메시지를 중심에 놓고 평화를 전하는 메시아의 복합적인 면모를 전달했다는 평가다.
시각 효과의 품질도 호평받고 있다. 예수의 기적과 신성을 시각적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한 영상은 관객과 평론가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제작비는 2500만 달러 수준으로, 북미 기준으로는 저예산 영화에 해당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이뤄낸 시각적 성취는 ‘가성비 높은 영화’라는 반응을 이끌었다.
‘킹 오브 킹스’는 종교 애니메이션을 넘어, 보편적인 서사와 높은 완성도로 북미 관객을 사로잡았다. 국내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이런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