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킬러스’ 넷플릭스 공개 후 대한민국 인기 영화 TOP10 3위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졌던 영화 한 편이 넷플릭스를 만나 반전을 맞았다. 바로 배우 심은경이 새로운 연기 색을 보여준 ‘더 킬러스’다. 지난해 10월 23일 개봉 당시 관객 수는 약 1만 3000명. 극장에선 조용히 퇴장했지만, 지난달 31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반응이 빠르게 달라졌다. 14일 기준으로 넷플릭스 ‘대한민국에서 인기 있는 영화 10편’ 3위(11/3~11/9일 기준)에 이름을 올리며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더 킬러스’는 ‘킬러’라는 단일한 주제를 네 명의 감독이 각각 다르게 풀어낸 시네마 앤솔로지다.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가 각각 독립된 단편을 맡았고, 모든 에피소드에 심은경이 출연한다. 역할과 분위기는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이어지며 단절 없이 흘러간다.
극과 극을 오가는 에피소드마다 달라지는 톤

김종관 감독의 ‘변신’은 칼에 찔린 채 정신을 잃었던 남자가 의문스러운 바에서 깨어나는 이야기다. 바텐더로 등장하는 심은경은 무표정한 얼굴 속에 묘한 여운을 담아낸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장면마다 차오른다.
노덕 감독의 ‘업자들’은 상황이 반복되며 가볍게 흘러가는 블랙코미디다. 살인을 의뢰받은 인물들이 서로에게 일을 넘기는 가운데, 마지막에는 30만 원을 받고 사건에 뛰어드는 어설픈 하청자가 등장한다. 말도 안 되는 전개 속에서도 리듬이 있고, 그 안에서 인질로 등장한 심은경은 에피소드의 텐션을 좌우한다.

장항준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살인마 염상구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선술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얼굴 없이 존재만 남은 인물, 대화로만 누적되는 긴장감이 엔딩까지 이어진다. 짧게 등장하는 심은경의 역할조차도 인상적으로 남는다.
이명세 감독의 ‘무성영화’는 말이 필요 없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디아스포라 시티라는 이름의 단절된 공간, 반복되는 행동과 정해진 시간. 두 킬러가 늘 같은 메뉴를 시키는 손님을 제거하러 가게를 방문하고, 직원들은 이를 막기 위해 움직인다. 모든 것이 상징처럼 흘러가고, 심은경은 그 안에서 시선을 고정시키는 장치를 맡는다.
넷플릭스 공개 후 반응이 달라진 이유

영화는 처음부터 넷플릭스와 더 어울렸는지도 모른다. 극장보다는 개별 시청이 가능한 환경이 잘 맞는다. 네 편 모두 형식과 리듬이 다르고, 한 번에 몰아서 보거나 나눠서 감상해도 흐름이 어색하지 않다. 특히 심은경의 연기는 네 캐릭터마다 대사 톤, 표정, 감정의 결이 다르게 설계돼 단조로움을 피한다.
장르도 일정하지 않다. 판타지부터 코미디, 미스터리, 실험적인 시도까지 전혀 다른 스타일이 하나로 묶인다. 분위기는 끊기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긴장이 새롭게 형성된다. 여기에 배우 하나가 공통적으로 등장하면서 전체 이야기를 느슨하게 잇는 방식이 시선을 고정시킨다.

관객 반응 역시 공개 이후 빠르게 번졌다. “하나의 영화인데 에피소드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심은경의 연기가 전부 다르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평소 심은경의 연기를 잘 안다고 생각한 이들조차 “이런 얼굴이 있었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더 킬러스’는 러닝타임 119분 동안 서로 다른 이야기와 장르를 보여준다. 연출도, 톤도, 연기도 변화하며 관객의 호흡을 끊임없이 흔든다. 늦게 발견됐지만 지금이라도 발견된 게 다행일 만큼,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안에서 제대로 작동한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