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방영된 SBS 드라마 ‘피노키오’는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다.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청춘의 성장과 사랑을 균형 있게 담아내 시간이 지난 뒤에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진실을 좇는 사회부 기자들의 24시간
‘피노키오’는 사회부 기자들의 치열한 취재 현장과 그 속에서 성장하는 청춘의 시간을 함께 담아낸 작품이다. 24시간을 전쟁처럼 보내는 이들이 진실을 좇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스며들고 설렘과 갈등을 겪으며 어른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중심에 놓여 있다. 청춘 로맨스의 결을 지니면서도 언론이라는 직업이 가진 책임과 무게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작품은 동화 ‘피노키오’의 한 장면으로 문을 연다. 거짓말을 하자 코가 길어져 몸을 돌릴 수조차 없게 된 피노키오. 고개를 들면 요정의 눈을 찌를 만큼 위험해진 코는 거짓의 대가를 상징한다. 극 중에는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는 가상의 질환이 등장한다.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이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런 설정은 드라마 전반을 관통한다. 우리가 접하는 뉴스는 과연 온전한 사실로만 이루어져 있는지 믿고 있는 진실은 얼마나 정확한지, 그 진실이 언제나 아름답기만 한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피노키오의 길어진 코가 요정의 눈을 위협하듯 기자의 거짓 또한 대중의 시선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종석이 연기한 기하명은 이런 질문의 한가운데에 선 인물이다. 14살 때 사고로 가족을 잃고 공필에게 구조돼 입양되면서 ‘달포’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자신을 잃은 아들을 대신해 받아들인 공필을 위해 과거를 지우고 다른 사람의 삶을 선택한다. 뛰어난 두뇌와 암기력을 지녔지만 이를 감추기 위해 일부러 시험에서 0점을 받고 초라한 차림을 유지하며 주변의 기대를 피한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택시 운전을 하며 생계를 돕지만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은 훗날 기자가 됐을 때 큰 자산이 된다.

박신혜가 연기한 최인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고 있다. 거짓을 말하면 딸꾹질이 시작되고 진실을 말해야만 멈춘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말을 아끼며 살아가는 것과 달리 인하는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달포와는 동갑내기이지만 삼촌과 조카로 얽힌 복잡한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충돌한다. 전교 꼴찌로 살아가는 달포를 못마땅해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재능과 진심을 알아가며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시청률 상승과 함께 증명된 작품성
드라마는 이들의 성장 과정을 통해 언론의 책임을 되짚는다. 자극적인 보도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동시에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과 용기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도 그려낸다. 가족 간의 오해와 갈등,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대중의 태도, 시청률에 쫓기는 방송 환경까지 폭넓게 다루며 현실과 맞닿은 질문을 이어간다.

‘피노키오’는 첫 방송 7.8%로 출발해 입소문을 타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마지막 회에서는 13.3%를 기록, 동시간대 1위로 마무리됐다. 6회 만에 시청률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고 배우들의 연기와 탄탄한 대본으로 2014년 SBS 드라마 중 최고의 명작으로 자리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