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여름 극장가에는 1200만 관객을 돌파한 대작이 화제를 모으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그 열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코미디 장르로서 의미 있는 기록과 흥행 성과를 남긴 작품도 있었다. 바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코미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다.
1200만 흥행작 그늘 속 빛난 사극 코미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차태현과 오지호를 앞세운 사극 코미디로 개봉 전부터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당초 2012년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약 5개월가량 일정이 연기되며 8월에야 관객과 만났다. 여러 차례 개봉이 미뤄진 끝에 공개된 작품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얼음’을 둘러싼 대담한 작전을 그리며 색다른 재미를 선보였다.

영화는 금보다 귀한 얼음을 훔치기 위해 조선 최고의 꾼들이 모인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조선시대 얼음은 귀한 자원이자 권력의 상징이었다. 이를 독점하려는 좌의정 조명수의 계략으로 우의정이 누명을 쓰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총명한 두뇌를 지녔지만 우의정의 서자로 태어나 잡서적에 빠져 지내던 덕무(차태현)는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과감한 계획을 세운다. 목표는 서빙고의 얼음을 통째로 훔치는 것. 과거 서빙고를 관리했으나 조명수 일행에 의해 파직당한 동수(오지호)와 손을 잡은 덕무는 작전에 필요한 인물들을 찾아 나선다.

이들이 꾸린 팀은 당대 최고의 실력자들로 채워진다. 한양 최고의 객주 장수균(성동일)은 자금을 책임지는 물주로 나서며, 극 중에서는 이름보다 ‘장 객주’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도굴 전문가 홍석창(고창석)은 땅굴 작업을 지휘한다. 조조의 무덤을 도굴했을 정도로 땅 파기에는 일가견이 있는 인물로 거사 당일 얼음을 옮길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 삽이 부러진 뒤에도 손으로 땅을 파내는 집념을 보인다. 폭약 전문가 석대현(신정근)은 소리가 나지 않는 폭열탄을 제조하는 임무를 맡는다.

각 인물은 저마다의 재능을 바탕으로 3만 정의 얼음을 훔치기 위한 작전에 뛰어든다. 덕무는 일행의 계획가로서 전체 전략을 설계하고 동수는 위기 상황에서 무술 실력을 발휘하며 중심을 잡는다.
491만 관객이 선택한 조선판 하이스트
시사회와 개봉 첫날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같은 시기 1200만 관객을 동원한 ‘도둑들’이 상영 중이어서 상대적으로 가려진 면이 있었지만 약 5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하이스트 장르를 사극과 결합한 시도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도한 신파에 기대지 않는 전개 역시 호응을 이끌어냈다.

개봉 첫날 전국 19만 2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도둑들’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고 이후 두 작품은 1, 2위를 오가며 경쟁을 벌였다. 영화 ‘이웃사람’이 개봉하면서 순위 변동이 있었지만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최종적으로 전국 491만 명의 관객을 기록했으며 이는 당시 역대 영화 관객 수 77위, 사극 영화 흥행 7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얼음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중심에 두고 조선판 하이스트를 완성한 작품으로 여름 시즌에 어울리는 오락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개봉한 여러 코믹 역사극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거둔 것과 비교해도 해당 작품이 남긴 흥행 성과와 반응은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