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개봉한 영화 ‘브로커’는 개봉 전부터 해외 영화제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큰 기대를 모았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상영 직후 12분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국내 개봉 이후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브로커’, 베이비 박스에서 시작된 동행
작품의 출발점은 베이비 박스다. 상현(송강호)은 유기된 아기를 잘 키울 사람을 찾아주겠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선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로 본명은 하진영이다. 세탁소를 운영하면서도 채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삶을 이어간다.

동수(강동원)는 상현의 동행자다. 보육원에서 성장했고 현재는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는 교회에서 일하고 있다. 자신의 과거와 맞닿은 공간에서 일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극 중 설정의 한 축을 이룬다. 두 사람은 아기를 새로운 가정에 보내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상황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아기를 두고 떠났던 엄마 소영(이지은)은 다음 날 아이를 찾으러 돌아온다. 아이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경찰 신고를 고려하지만 상현과 동수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과 함께 이동하기로 결정한다. 아기 우성의 새로운 부모를 찾는 여정에 친모까지 합류하면서 관계의 방향은 예상 밖으로 흘러간다.

이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인물도 있다. 부산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 안수진(배두나)은 반 년째 이어온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뒤를 밟는다. 후배 형사 이은주(이주영) 역시 함께 움직인다. 두 형사는 현행범 체포를 목표로 조용히 추적을 이어가며 브로커들의 행적을 기록한다.
관람객 후기 속 냉담한 반응
영화는 개봉 당시 국내에서 엇갈린 반응을 받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작 가운데 가장 아쉬운 작품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감독 특유의 세밀한 인물 묘사와 관계 표현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인물의 내면에 담긴 도덕적 고민을 다루려 했지만 캐릭터 설정과 각본 전개가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야기 전개를 설명하는 방식이 매끄럽지 않다는 비판 역시 나왔다.

해외 언론의 평가도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감독의 작품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온 매체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 작품에 대해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더 가디언, 텔레그래프, 데드라인 등은 이전과 달리 강도 높은 비평을 내놓으며 연출을 문제 삼았다.
한일 합작 형태로 제작된 점도 관심을 모았다. 일본인 감독이 집필한 각본을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언어적 간극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있었다. 문화적 맥락과 대사의 뉘앙스를 온전히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번역과 각색 과정에 대한 논의도 뒤따랐다.

흥행 성적은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네이버 기준 평점은 6.55점을 기록했고 최종 누적 관객 수는 126만 명에 머물렀다.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등 주연 배우들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 수치다.

작품을 감상한 관람객들은 “진짜 칸 12분 기립박수는 집단 최면 걸린 거냐”, “배우들이 아까운 영화.. 감독이 무엇을 의도했는지 1도 모르겠다”, “친근한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몰입해서 볼 영화도 아니고 드라마 내용 구성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 나 혼자 사는 게 유행인 대한민국에서 가족의 붕괴가 얼마나 다가올지도 모르겠고. 뜬금없이 버려진 아이…. 지켜내자 우리가?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정말 모르겠다”, “배우들 연기는 좋으나 뭔가 크게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어서 좀 아쉽다” 등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반면 해외 영화제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형성됐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세계 영화 관계자들 앞에서 먼저 공개됐고 상영 직후 12분가량 기립박수를 받았다.
‘브로커’는 국내와 해외에서 상반된 평가를 받은 작품으로 남았다.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동과 선택을 따라가며 각기 다른 시선 속에 놓인 채 2022년을 대표하는 화제작 가운데 하나로 자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