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 라이브’, 비수기 뚫고 558만 관객 동원

2013년 한국 영화계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대작 ‘설국열차’와 같은 날 개봉하며 정면 승부를 펼쳤던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한강 폭탄 테러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실시간 생중계’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을 압도했다. 전국 55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재난의 긴박함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언론과 권력의 부패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특종인가 재앙인가, 벼랑 끝 앵커 윤영화의 위험한 도박
영화의 시작은 평온하지만 서늘하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뉴스 앵커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밀려난 국민 앵커 ‘윤영화'(하정우 분). 그는 생방송 진행 중 신원 미상의 청취자로부터 믿기 힘든 전화를 받는다. 마포대교를 폭파하겠다는 예고. 처음엔 그저 흔한 장난전화로 치부하며 전화를 끊었지만 그 순간 거짓말처럼 마포대교가 눈앞에서 폭발한다.

비극적인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언론인 윤영화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시민의 안전이 아니었다. 그는 직감한다. 이 끔찍한 사건이 자신의 바닥 난 커리어를 단숨에 끌어올릴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것을. 그는 신고 대신 보도국장과의 물밑 거래를 선택한다. 마감 뉴스 복귀를 조건으로 테러범과의 전화 통화를 독점 생중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는 폐쇄된 스튜디오 안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특히 주연 배우 하정우가 연기한 윤영화는 입체적이고 세속적인 인물이다. 2003년 SNC 입사 후 승승장구하며 메인 뉴스 앵커까지 올랐던 그는 신뢰의 아이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부로부터 뇌물을 받고 정권에 야합하던 부패한 언론인이다. 심지어 전 부인인 이지수 기자의 기사를 가로채 스펙을 쌓았을 만큼 비열한 면모를 지녔다.
그와 손을 잡은 보도국장 ‘차대은'(이경영 분) 역시 만만치 않다. 윤영화의 든든한 상사이자 형처럼 행동하지만 과거 윤영화의 공을 가로채는 등 철저히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다. 방송의 시청률과 성공을 위해서라면 동료의 위기조차 이용하는 중추적인 기회주의자로 묘사된다.

사건을 해결하러 투입된 경찰청 대테러팀장 ‘박정민'(전혜진 분)의 등장은 영화에 또 다른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테러범을 진압하고 윤영화를 안심시키는 조력자처럼 보이지만 그 역시 본질은 다르지 않다. 자신의 실적을 위해 테러범을 잡는 데만 혈안이 돼 있으며 윤영화의 인이어에 폭탄이 설치된 것을 알고도 그를 시간 끌기용 도구로 활용한다. “VIP(대통령)가 옆방에 있다”는 거짓말까지 동원하며 희망 고문을 서슴지 않는 그의 모습은 작중 등장하는 권력층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테러범의 요구는 명확하다. 공사 현장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에 대한 보상금 21억 원,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다. 국가 권력은 테러범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언론사는 오직 시청률과 특종에만 집착한다. 그 사이에서 윤영화는 자신의 귀에 꽂힌 인이어가 폭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설국열차’와 정면 승부, 558만 관객 홀린 ‘더 테러 라이브’ 저력
‘더 테러 라이브’는 배급사인 CJ와 롯데의 공격적인 마케팅 속에서 ‘쌍끌이 흥행’의 정석을 보여줬다. 특히 좁은 스튜디오 안에서 표정 하나, 숨소리 하나로 극 전체를 이끌어간 하정우는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했다. 영화를 통해 맺어진 제작진과의 인연은 훗날 또 다른 재난 영화 ‘터널’로 이어지며 한국형 재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극을 중계하며 자신의 영광을 꿈꿨던 한 남자가 마주한 파국.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이 보고 있는 이 뉴스는 진실인가, 아니면 쇼인가?” 1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소름 끼치는 현실감을 선사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