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률 0.948%로 시작한 드라마가 전국 시청률 17.534%를 찍었다. 방송 시간대 1위, 채널 인지도도 바꿔놨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야기다.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 드라마가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사례는 흔치 않다. 흥행 요소 없이 조용히 시작했지만 입소문만으로 거둔 결과다.
이상하지만 결코 이상하지 않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는 ENA 채널에서 2022년 6월 첫 방송을 시작했다. 주인공은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신입 변호사다.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한 번 본 건 절대 잊지 않는 놀라운 기억력을 지녔지만 자폐라는 벽으로 인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는 못한다.

감정 표현은 서툴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누구보다 날카롭고 신선하다. 법무법인 한바다에 인턴으로 입사한 그는 엉뚱하지만 솔직한 말투, 예상 밖의 행동과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으로 매번 주변을 놀라게 한다.
영우의 옆에는 이준호가 있다. 법무법인 송무팀 직원으로 사건 수집과 현장 대응을 맡는다. 외모, 성격, 태도까지 흠잡을 데 없는 인물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거리를 지키는 준호는 우영우와 함께하며 조금씩 변화한다. 처음엔 낯설고 힘들게 느껴졌던 존재가 어느 순간 삶의 중심으로 스며들면서 이해보다 공감이 앞선 관계가 시작된다.
정명석은 우영우의 멘토다. 법정에선 냉정하고 치밀한 시니어 변호사다.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실력으로만 말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정명석 앞에 우영우가 등장한다. 완벽주의자인 그에겐 혼란이고 도전이다. 그러나 우영우를 지켜보며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된다.
로펌 안의 동료들도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우영우의 로스쿨 동기 최수연은 따뜻한 성품을 지닌 인물이다. 편견 없이 영우를 대하고 또 남몰래 챙겨주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 다른 동기 권민우는 우영우를 경쟁자로 여기며 견제한다. 속을 알 수 없는 계산적인 말투와 행동으로 극중 끊임없는 긴장을 유발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법정물이라는 틀 안에서 사회적 약자를 향한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상식이라는 이름 아래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도 새롭게 볼 수 있게 한다. 덕분에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큰 공감과 깨달음을 가져다 줫다.
시청률 0%에서 17%로 껑충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첫 방송 시청률 0.948%로 출발했다. 초반 성적만 놓고 보면 평범한 케이블 드라마 수준이었지만 입소문은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2회에서 시청률은 두 배 가까이 뛴 1.8%를 기록했고 3회에서는 4.0%대, 4회는 5.1%를 넘겼다. 단 4회 만에 첫 회 대비 5%p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미 공중파 수목 드라마들을 제치고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5회에서는 전국 기준 시청률 9.1%, 수도권 기준으로는 10.3%를 기록했다. 1회에 비해 무려 10배가 상승한 수치다. 드라마 ‘SKY 캐슬’이 보여준 성장 곡선을 그대로 밟았고 결국 그 기록까지 넘어서게 됐다.
7회에선 전국 시청률 11.7%를 달성했다. 2022년 흥행작이었던 ‘스물다섯 스물하나’(11.5%), ‘사내맞선’(11.6%)의 최고 기록을 모두 넘어섰다. 8회에서는 전국 기준 13.1%, 수도권 기준 15.0%까지 상승했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의 최고 시청률(12.0%)도 넘었다. 9회에서는 전국 기준 15.8%, 수도권 기준 18.1%를 찍으며 ‘우리들의 블루스’의 최고 기록(14.6%)까지 앞질렀다.
최종회에선 전국 시청률 17.5%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KBS2 일일드라마 ‘황금가면’의 최고 시청률(17.0%)도 넘어섰다. ENA의 드라마가 일일극 시청률까지 제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해당 기록은 2022년 12월 4일 ‘재벌집 막내아들’이 19.4%를 기록하기 전까지 2022년 최고 시청률 드라마였다.
재방송 시청률도 이례적이었다. 3회 방영 직후 ENA DRAMA 채널에서 방송된 재방송이 1.2%를 기록했고 직전 회차 재방송도 각각 0.8%, 0.7%를 기록하며 케이블 채널 순위를 ENA 계열이 모두 차지했다.
대중적 인기 또한 압도적이었다. 한국갤럽이 2013년부터 집계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조사에서 2022년 7월 기준 드라마 선호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8월에는 전 장르, 전 채널을 통틀어 당시 기준 모든 TV 프로그램 중 선호도 1위에 올랐다.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 신드롬이었다. ‘펜트하우스’, ‘부부의 세계’ 이후 오랜만에 탄생한 국민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