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커엔터테인먼트영화"청불 달고도 5일 만에 100만" 결국 340만 넘기며 극장가 뒤흔든 한국 영화

“청불 달고도 5일 만에 100만” 결국 340만 넘기며 극장가 뒤흔든 한국 영화

용현지 기자 gus88550@issuepicker.com
사진= CJ엔터테인먼트

2010년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영화 ‘이끼’는 한국 영화계에서 남다르고도 뜻깊은 자리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동명의 만화가 원작인 작품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네티즌과 영화 팬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 웹툰 ‘이끼’가 가진 깊은 주제 의식과 촘촘한 짜임새, 빼어난 미장센을 스크린에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대중적이고 선이 굵은 상업 영화를 주로 연출해 온 강우석 감독이 정교하고 심리적인 스릴러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겠냐는 우려의 시선도 공존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결과적으로 영화 ‘이끼’는 원작을 아는 관객과 모르는 관객 사이에 극명한 관점 차이를 낳으며 반응이 양분됐다. 원작 웹툰을 깊이 탐독했던 독자들 사이에서는 방대한 서사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각색에 대해 혹평을 던진 반면 원작을 접하지 않고 극장을 찾은 일반 관객들은 영화 자체의 긴장감과 몰입도에 비교적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런 양극화는 평론가들의 평가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평단 사이에서는 “강 감독이 기존의 마초적인 연출 스타일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 노력이 돋보인다”는 호평이 나온 반면 일각에서는 “강우석 감독의 투박한 스타일이 원작이 가진 세련된 서스펜스를 훼손해 다소 촌스럽게 느껴진다”는 악평이 맞서며 팽팽한 논쟁을 이어 갔다.

마을의 숨겨진 비밀, 배우들의 광기 어린 열연

영화의 서사는 주인공 유해국(박해일 분)이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중 20년간 의절하고 지내 온 아버지 유목형(허준호 분)의 부고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살던 외딴 시골 마을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도착한 마을의 분위기는 기묘하기 짝이 없다. 오늘 처음 해국을 본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유 없는 경계심과 불편한 눈빛을 감추지 못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아버지의 장례가 끝나고 마련된 저녁 식사 자리, 마치 해국이 속히 떠나기를 바라는 듯한 마을 사람들의 태도에 해국은 반발하듯 “서울로 떠나지 않고 이곳에 남아 살겠노라” 선언한다. 그 순간 마을에는 차가운 묘한 기류가 감돌지만 이들의 중심에 묵묵히 앉아 있던 이장 천용덕(정재영 분)이 나지막이 정착을 허락하자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겉보기에는 평범한 시골 노인 같지만 섬뜩한 카리스마로 마을 전체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꿰뚫고 있는 이장과 그를 신처럼 맹종하는 주민들. 기괴한 공동체 속에서 해국은 짙은 의심을 품고 마을의 숨겨진 추악한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원작과 비교해 상당히 속도감 있는 전개를 선보이며 관객을 압도한다.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견인한 주된 동력은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이었다. 박해일과 정재영의 팽팽한 대립뿐만 아니라 조연 배우들의 열연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김덕천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극 중후반부에서 그가 자신의 죄를 통제되지 않는 광기 어린 태도로 자백하는 장면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들에게 짙은 잔상을 남기며 최고의 명연기로 회자된다. 실제로 유해진은 폭발적인 감정 연기를 NG 없이 단 한 번에 소화해 내며 현장 스태프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흥행 성과와 시대적 아쉬움이 남긴 의미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등급의 한계 속에서도 영화 ‘이끼’는 상업적으로 뜻있는 성과를 거뒀다. 개봉 후 단 5일 만에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하는 기세를 보였으며 최종적으로 전국 총관객 수 340만 8144명을 기록하며 스크린을 내려왔다. 이는 영화의 손익분기점이었던 240만 명을 비교적 크게 뛰어넘은 수치로 흥행 면에서 분명한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특히 당시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화 작품들이 극장가에서 흥행 잔혹사를 겪으며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한국 영화계 속에서 ‘이끼’가 거둔 성적은 대단히 뜻깊은 선례였다. 이후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개봉하기 전까지 ‘이끼’는 웹툰 기반 영화 중 가장 성공적인 스코어를 기록한 작품으로 남았다. 아울러 작품은 현재까지 강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부가 판권이 아닌 순수 극장 흥행 수입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마지막 영화라는 기록적인 의미도 지닌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영화 안팎으로는 약간의 아쉬움이 교차한다. 우선 2020년대의 완화된 심의 기준과 비교해 보면, 당시 ‘이끼’에 내려진 청소년 관람 불가(18세 관람가) 판정은 다소 엄격했다는 의견이 많다. 게다가 개봉 당시 극장가 대진운도 녹록지 않았다. 당시 12세 관람가로 폭넓은 관객층을 흡수하던 ‘인셉션’과 15세 관람가였던 액션 블록버스터 ‘솔트’에 관객을 상당 부분 나눠 가져야 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여기에 개봉 3주 차에는 원빈 주연의 ‘아저씨’가 신드롬을 일으키며 극장가의 화제성을 완전히 독식하는 바람에 영화가 가진 만듦새와 잠재력에 비하면 다소 일찍 흥행 동력이 꺾였다는 아쉬운 평가를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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