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9만 관객 사로잡은 현실 공감 로맨스

2012년 개봉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아르헨티나 영화 ‘내 아내의 남자친구’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개봉 당시 전국 45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주연을 맡은 세 배우의 완벽한 연기 앙상블과 아기자기한 구성, 섬세한 디테일이 눈에 띄는 작품은 웃음을 넘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물로 평가받는다.
“입을 열기 전까지는 완벽했다”… 독설가 아내와 소심한 남편의 동상이몽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을 계기로 운명처럼 만난 내진 설계 건축가 ‘이두현’(이선균)과 요리 연구가 ‘연정인’(임수정)은 뜨거운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한다. 남들이 보기엔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 완벽한 요리 실력, 때로는 섹시함까지 갖춘 정인은 그야말로 최고의 여자지만 남편 두현에게 결혼 생활은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정인은 입만 열면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불평과 독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요리 연구를 핑계로 매일 원치 않는 음식을 먹이고 볼일을 보는 화장실까지 따라와 일일이 설교를 늘어놓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부부 관계 기피, 2세 계획 부재, 끊이지 않는 줄담배까지 이어지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전혀 용납하지 않는다. 남에게 한마디도 지지 않는 자신만의 논리 세계에 사는 아내에게 질려버린 소심한 남편 두현은 매일 수백 번씩 이혼을 결심하지만 아내가 무서워 이혼의 ‘이’자도 꺼내지 못한다.
전설의 카사노바에게 던진 무모한 제안, “제 아내를 유혹해 주세요”
아내 정인이 싫어하는 짓만 골라 하며 소심한 반항을 해봐도 눈도 깜짝 않는 아내의 모습에 두현은 깊은 절망에 빠진다. 심지어 직장 문제로 도망치듯 내려온 강릉에까지 정인이 따라오자 두현은 완전히 질려버린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웃집에 사는 전설의 카사노바 ‘장성기’(류승룡)를 알게 되면서 두현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성기는 어떤 여자든 사랑의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지만 현재는 은퇴를 선언하고 은둔의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다. 두현은 정인이 먼저 자신을 떠나게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성기를 찾아가 카사노바 일생의 화룡점정을 위한 마지막 여자로 자신의 아내를 유혹해 달라는 황당하고도 간절한 의뢰를 건넨다.
탄탄한 연기력이 만든 흥행 신화
작품에는 배우 임수정, 고(故) 이선균, 류승룡 등 국내 최고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극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주연 배우 3명의 뛰어난 연기력은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은둔형 카사노바로 분한 류승룡의 능청스럽고 파격적인 연기는 극찬을 이끌어내며 영화의 치트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런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내 아내의 모든 것’은 국내 평론가 평점 3점~3.5점, 일반 관람객 평점 7점~8점이라는 준수한 평가를 기록했다. 흥행 성적 역시 독보적이었다. 당초 손익분기점은 약 150만 명 수준이었으나 최종 관객 수 459만 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의 3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고 막을 내렸다.

영화가 코미디 영화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권태기를 겪는 부부의 현실적인 삶과 감정을 깊이 있게 다뤘기 때문이다. 영화는 ‘지진’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인간 간의 불안정한 관계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한편 정인의 대사를 통해 부부간 소통과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꾸준히 역설한다.

특히 사실상 이혼이 확정된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영화는 ‘수미상관’ 구성을 취해 정인과 두현의 풋풋했던 첫 만남을 상기시킨다. 이는 관객들에게 아련함을 자아내는 동시에 두 사람의 처지와 입장을 서로 뒤바뀌게 만들며 관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