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금토드라마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이 방송 시작과 함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최근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1회는 전국 가구 기준 3.7%의 시청률로 출발했다. 이는 동시간대 방영된 MBC ‘판사 이한영’의 10.0%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튿날 방송된 2회는 2.7%로 추가 하락해 초반 흥행의 고비를 넘지 못한 모양새다. 특히 전작 ‘모범택시3’의 마지막 회가 기록한 13.3%와 비교하면 시청률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모범택시3’ 첫 회 시청률이 9.5%였던 점을 감안하면 새 드라마가 안고 있는 부담도 상당하다.
전통 구미호 이미지와 결별한 색다른 설정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은 구미호를 더 특색 있게 재해석했다. 기존의 ‘간을 뽑아 먹는 요괴’ 이미지와 거리를 두고 인간 세상의 재미만을 쏙쏙 골라 즐기는 자유로운 존재로 그려진다. 구미호가 인간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설정이 식상해진 시대, 드라마의 주인공 은호는 오히려 인간이 되는 것을 피하며 살아간다. 선행도, 악행도 경계선을 지키며 요령껏 인간 사회에 녹아드는 모습이 전통적인 구미호와 확연히 다르다.

주인공 은호는 김혜윤이 연기한다. 묘향산 출신의 구미호로 정확한 나이나 출생 시기 등은 아무 의미 없는 존재다. 태어날 때부터 여우였고 어느새 영물이 됐으며 인간이 되기 위해 도를 닦아 수백 년을 보냈다. 아홉 개의 꼬리를 완성하며 인간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 이르렀지만 결정적인 계기를 겪은 뒤에는 인간이 되는 길을 스스로 포기한다. 인간의 삶이 가진 한계와 허무함에 회의를 느끼면서 적당히 덕을 쌓고 재물만 늘려가는 생활을 택한다. 그렇게 수백 년을 살아온 은호에게 일상을 뒤흔드는 인물이 나타난다.

로몬이 연기하는 강시열은 템스FC의 최전방 공격수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혹독한 자기관리와 훈련에 집중하는 축구 선수다. 유럽 무대에서도 독한 승부욕으로 살아남았으며 팀플레이보다 개인 실력에 의존하는 이단아다. 경기 외 시간은 오직 회복과 휴식에 쏟는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임에도 화려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집에서 조용히 몸을 관리하는 데 집중한다. 이런 강시열의 평온한 일상에 은호가 뜻밖의 방식으로 등장한다.
드라마 1회에서는 인간 세상에서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MZ세대 구미호 은호의 모습이 강조됐다. 인간이 되고 싶은 의지는 사라진 지 오래, 그는 오히려 인간들에게 대가를 받고 소원을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선행은 작은 것도 삼가고, 악행은 큰 것만 삼가는 것’이라는 독특한 원칙을 세운다.

반면 강시열의 삶은 축구와 아르바이트만으로 채워진다. 또래인 현우석이 국가대표 유망주로 주목받는 것과 달리 강시열은 열정과 꿈만으로 버티는 현실적인 청년이다. 이런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다. 은호는 우연히 강시열과 현우석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미래를 예감한다. “제법 유명한 인간이 될 것 같다. 한 번 본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은호의 예언은 현우석을 향한 것이었지만 이후의 사건은 예상과 달랐다.
정반대 삶을 살아가는 두 인물의 첫 만남
운명처럼 반복된 만남 끝에 교통사고라는 큰 사건이 벌어진다. 강시열과 현우석이 있던 자리 근처에서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했고 현우석은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진다. 사고를 목격한 강시열은 경찰서에서 진술까지 하게 된다. 사고의 이면에는 재벌가 후계자이자 은호의 VIP 고객인 이윤이 존재한다. 돈으로 모든 문제를 덮으려는 이윤은 사건을 은폐하려 했으나 강시열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은호는 이윤의 의뢰를 받고 강시열의 기억을 지우려 시도한다. 과거를 잊게 하려던 순간 강시열의 성공한 미래가 은호의 눈앞에 펼쳐진다. 이 장면에서 두 인물의 운명이 본격적으로 교차한다.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은 기존 구미호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세상과 거리 두기를 유지하는 현대적 감각의 캐릭터를 내세운다. 인간이 되기를 거부한 구미호와 현실적인 청년의 만남은 색다른 이야기를 예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