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 40.1%, SBS 주중 드라마의 찬란한 마지막 흥행 신화

2010년 방영된 SBS 창사 20주년 대하 드라마 ‘자이언트’는 1970~1990년대 대한민국 경제 개발기의 도시 팽창 과정과 서울 강남 개발사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성공과 복수, 사랑을 대서사시로 그려낸 작품이다. 야망에 눈먼 한 정치군인의 악행으로 풍비박산 난 가정에서 자란 어린 형제들이 뿔뿔이 흩어졌다가 훗날 성인이 돼 원수의 치부를 드러내고 복수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촘촘하게 묘사하며 방영 당시 뜨거운 신드롬을 일으켰다.
강남 개발사 배경의 대서사시…‘자이언트’가 남긴 발자취
극의 중심축인 이강모(아역 여진구, 성인 이범수 분)는 작은 컨테이너에서 사업을 시작해 한강건설을 대한민국 1위이자 세계적인 건설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이강모는 개발 만능주의가 팽배하던 야만의 시대 속에서도 정직함과 양심을 잃지 않는 사업가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는 내면의 폭발적인 감정을 이성적으로 절제하며 나아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한편 4남매의 장남인 이성모(아역 김수현, 성인 박상민 분)는 작품의 주요 키워드인 ‘가족의 복수’를 상징하는 인물로 극의 긴장감을 주도했다.
‘자이언트’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방영 전부터 드라마 자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있었고 초반에는 두 달 먼저 방송을 시작한 MBC의 주력 월화 사극 ‘동이’에 밀려 시청률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11회 이후에는 2010 남아공 월드컵 단독 중계 여파로 잦은 결방 등 대형 악재가 겹치며 화제성에서 밀리기도 했다. 창사 20주년 특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초반 성적이 저조하자 SBS는 2010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1~36회의 방송분을 축약 편집한 총 6부작의 ‘TV무비 자이언트’를 파격적으로 편성하는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초기에는 명품 아역들이 성인 배역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시청률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왔으나 우려와 달리 빠른 전개와 여러 인간 군상이 얽히고설키는 이야기의 개연성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2010년 8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복수의 서막이 오르며 시청률이 급상승했고 마침내 동시간대 경쟁작인 ‘동이’를 근소한 차이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후 45회부터는 ‘동이’의 종영과 맞물려 시청률이 4~5%가량 추가로 상승, 완벽한 월화극 1위 자리를 굳혔다.
아역부터 성인까지…구멍 없는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
작품의 흥행 신화 뒤에는 아역과 성인을 가리지 않는 배우들의 독보적인 연기력이 있었다. 이범수(이강모 역), 박진희(황정연 역), 박상민(이성모 역), 황정음(이미주 역), 주상욱(조민우 역), 이덕화(황태섭 역), 정보석(조필연 역), 김서형(유경옥 역) 등 베테랑 배우들이 총출동해 열연을 펼쳤다.

아역 라인업 역시 여진구, 남지현, 김수현, 노영학 등 현재 대한민국 연기 장인으로 성장한 이들의 풋풋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명품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한국 드라마 역대급 악역이자 최종 보스인 조필연 역의 정보석은 압도적인 연기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으며 그해 SBS 연기대상 대상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자이언트’는 마지막 회에서 최고 시청률 40.1%를 기록하며 아름다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는 2010년대 평일 드라마 중 ‘제빵왕 김탁구’, ‘해를 품은 달’, ‘태양의 후예’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시청률 40%를 돌파한 몇 안 되는 대기록이다.

또한 SBS에서 평일 주중 드라마로 시청률 40%를 돌파한 마지막 작품으로 남았으며 이후 약 11년 동안 SBS 주중 드라마 중 30%를 넘는 작품조차 나오지 않다가 ‘펜트하우스’ 시즌1 마지막 회에 이르러서야 겨우 30%의 벽을 깨뜨렸을 만큼 ‘자이언트’가 남긴 기록은 대한민국 방송사에 거대한 이정표로 자리 잡고 있다.



